영화 「신세계」의 이정재, 그리고 영화「무간도」의 양조위. 이 둘의 공통점은 모두 경찰을 도와 범죄조직의 스파이로 잡입하여 경찰에게 범죄조직의 정보를 넘기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결말은 다르지만, 만일 이들이 계획한 바와 같이 성공적으로 조직을 검거하였다면 처벌이 가능할 것일까?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수집한 증거의 효력은 어떠하였을까?


최근 사립탐정이 영업의 하나로서 인정되는 시점에서, 위와 같이 경찰에 협조적인 사인이 범죄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여 범행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피의자를 체포 및 구속하고 수사에 착수하여 처벌이 가능할 것인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 최근 대법원은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하게 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사람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했더라도 유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4833 판결 참조).


이는 기존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하게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이른바 '범의유발형'의 함정수사는 위법하지만,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데에 불과한 경우"에 헤당하는 '기회제공형' 의 수사의 경우에는 위법하지 아니하다고 보는 기존의 판례와 유사한 결론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도1377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0도4833판결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인 김 모씨는 2019년 10월 23일경 A씨로부터 '체크카드를 수거하여 현금을 인출해주면 인출금액의 15%를 수고비로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다음날 오후 2시경 해당 체크카드가 정상계좌인지 확인하고자 입출금하는 과정에서 A씨 명의의 신한은행 체크카드 1장과 하나은행 체크카드 1장을 수거하여 보관하였다는 이유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등은 '누구든지 접근매체를 사용 및 관리함에 있어서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 및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면서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A씨는 경찰의 수사협조자로서 나를 체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 명의의 체크카드를 건네준 것"이라며 위법한 함정수사 의한 것이므로 공소가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일부 개입되었다 하더라도 변호인 주장과 같은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로 보이지는 않고 이미 범의를 가지고 있는 피고인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검사의 공소가 위법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근거로는 ① 김씨가, '죽을 용기로 일하실 분, 밑바닥인 분들 오세요'라는 제목의 보이스피싱에 가담할 사람을 구인하는 글을 다음 까페에 게시한 점, ② 해당 게시글에 댓글로 자신의 텔레그램 아이디를 남겨 놓아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에 가담할 의사를 보인 점, ③ A씨 외에도 게시글을 통해 알게된 성명불상자로부터 체크카드 수거 및 인출 제안을 받고 2일에 걸쳐 이를 실행한 점 등을 들었습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7월 9일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하게 하여 범죄인을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하다"고 전제 하에 "원심의 판단에 함정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김씨의 상고를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따라서 경찰로부터 또는 경찰에 협조하는 사인으로부터 범행 기회를 제공받은 경우라도 이미 범죄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