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게 저작물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평가원이 이미 종료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수능모의고사 평가문제 등을 평가원 홈페이지에 게시함으로써 누구든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였는데, 이러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라는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1심의 경우 평가원이 저작물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평가원이 이미 종료된 시험문제를 홈페이지에 무료로 게시하는 행위는 수험생에게 균등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공익적인 행위에 포함되며 저작물의 사회적 · 교육적 의미를 고려해보면 시험이나 교육을 위한 인용이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의 판결은 달랐다. 항소심은 평가원으로부터 협회에게 1,000만 원의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는 1,700만 원의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협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일부 승소 판결을 한 것이다.

항소심 주장의 이유는 평가원이 홈페이지에 평가문제를 게시함으로 인해 수년 동안 기간의 제한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시험에 이용된 저작물을 전송하는 행위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전송하는 행위이기에 시험의 목적에 필요한 정당한 범위에 해당하지 않음으로 구 저작권법 제32조에 따라 허용되는 ‘시험문제를 위한 복제’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평가원의 홈페이지 게시행위는 협회로부터 이용허락을 받고 협회에게 사용료를 지급하는 시장도 장래 개발될 합리적인 개연성이 있는 통상적인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는 달리 협회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채 저작물을 평가문제에 포함하여 전송한 것으로서 저작물에 대한 해당 시장의 수요가 대체되거나 시장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상당한 행위로써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평가원은 구 저작권법 제25조의 교육기관이나 교육지원기관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 등 권리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복제방지조치 등 필요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협회의 이용허락 없이 장기간 동안 저작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를 하였고, 그중 일부 저작물에 대하여는 출처를 명시하지 않아 구 저작권법 제37조에서 정한 출처표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저작물 이용이 공익상 필요한 경우 평가원이 저작물에 관하여 사용료를 지급한 뒤 문제를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여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 공중에 대한 학습자료의 제공이라는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적절히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