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음을 나타내는 의사의 진단서나 소견서 없이도 주요우울장애 증상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이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로 보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A 씨는 2018년 2월경 회사에서 야근을 마치고 자택으로 귀가한 후 안방 욕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하였다. 이에 A 씨의 유족들은 보험금 지급청구를 하였지만 보험사 측은 A 씨가 심신상실 등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가 아닌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라고 판단하여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였다.

    당 사건에 대해 원심은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우울장애와 같은 진단을 받거나 치료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극단적 선택을 할 당시 자기 자신이 스스로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아 A 씨 유족들이 청구한 보험금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대법원은 A 씨의 극단적인 선택 행위가 자의에 의한 것인지, 우울증과 같은 심신상실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행한 행위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하였는데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대법원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망한 사람의 나이와 성행, 육체적 · 정신적 상태,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및 진행경과와 그 정도, 자살할 시점의 구체적인 증상, 사망한 사람의 주위 상황 등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그 시기 무렵, 폭증한 업무량으로 연장근무를 하는 일이 잦아진 점, 자신의 고유 업무 분야가 아닌 업무까지 수행하면서 상당한 업무스트레스를 받은 점, 직장동료나 남편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는 등 심리적 ·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인 점, 자살 직전 두 달 정도 활력 상실, 집중력 감소, 식욕 감소, 소화 및 수면 장애 등 주요우울장애를 겪는 환자들에게 보이는 증상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 점,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A 씨의 사망을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정신보건임상심리사의 심리학적 의견서로부터 A 씨의 증상이 강도 높은 직무 스트레스와 양육 스트레스가 혼재되어 주요우울장애가 유발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증상이 자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는 점 등으로 보아 대법원은 A 씨가 우울증이나 정신질환 등이 있던 것으로 평가하는 의사의 진단서나 소견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망 직전 A 씨의 상태는 주요우울장애를 겪는 환자들과 바를 바 없는 상태로 보기 충분하기에 A 씨의 극단적 선택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로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은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 예외사유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